대관령면이 지금 영하 십...몇도다. 오후 두시인데, 어젯밤은 방에 들어서자마자 어 뭔가 낌새가 구린데? 싶었더니 역시나 온수가 얼어서 난방을 맥시멈으로 팡팡 틀었더니 일출과 함께 뜨거운물이 나와 겨우 씻을 수 있었다. 난방배관이 바로 옆 온수배관을 살살 녹여준 모양이다. 덕분에 아침에 줄인 방바닥은 여전히 불타오르고 있다.
대관령은 지금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원형교차로도 거의 정비가 끝났고, 주차와 편의시설도 거의 끝나가고 있다. (한달여 남았는데 스벅!! 스벅이 없어요!!) 메인스타디움에서 강가쪽 도로를 막아서 소방서에서 바로 다리를 못넘고 대관령고등학교쪽으로 꺾어서 택시사무실 원형교차로를 통해 강가로 가야하는 난해함이 생겼지만, 거리가 깨끗하게 정비되어서 시각적으로 좋긴 하다.
여행을 준비할때 어디는 뭐가 유명하니까 이 도시에 어딜 가보고, 뭐가 유명하니 여기도 들리고 이런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 독일 여행에 그런 절차 없이 그냥 무턱대고 간 도시가 있다. 그저 긴 이동거리에 시간이 남으면 잠시 들릴만한곳 정도로 파악했다가 정말 들렸다가 간 곳.
쾨니그제.
마스코트도 변변찮아 둥근 뭔가 무늬가 있긴 하지만 눈에는 잘 들어오지 않는다.
봅슬레이 류의 경기가 진행되는 미끌미끌 경기장이 있는곳인데, 대회가 많이 열린다고 한다. 얼마전에 새벽에 티비 켰다가 한국인 선수가 아깝게 1위를 놓치는 경기도 여기서 해서 반갑기도 하고 짜증도 났다.
쾨니그제는 정말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곳이다. 딱 저거 하나 있고 1년에 6개월 정도 운영된다고 한다. 사진상으로는 상당히 온화해보일수 있지만 11월 말이였음에도 바람 좀 덜한 대관령이였다. 숙소에서 일어나 작은 오두막같은데서 식사를 하고 바로 연습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평창이 동계올림픽을 한다고 했을때, 대관령에 이런거 하나, 정선쯤에 또하나 생길줄 알았다. 한국인의 호기심은 무서운 지경이여서 어어어어어스타크래프트 하면 상대 선수 몰래 발로 게임을 할 지경이고, 어어어어어어어롤 하면 롤 패치가 한국인 선수를 파악해서 될 지경이니, 그냥 만들어 놓으면 될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 눈여겨 본 포스트 김연아 급 선수가 국대선출에 떨어지고 선출된 선수의 장면을 보고나서 '아 ㅋㅋ 내가 우리나랄 얕봄 ㅋㅋ' 하고 깨닫게 되었다.
그래도 아쉬움은 아쉬운 것.
대관령에는 눈동이라는 마스코트가 있다. 밀짚모자를 쓰고 옥수수도 먹(팔)고 스키도 타고 작년초만 해도 대관령면내 대부분의 간판에 눈동이가 그려져 있었다.
이 눈동이는 2017년 가을부터 사라지기 시작해서, 지금은 자취를 감추었다. 그래서 검색을 좀 해봤더니, 녀석이 성형수술을 하고 다이어트를 좀 해서는 과거를 숨긴채 어디선가 찌질찌질 살아남고있었다. 아마 평창군사무소 내에만 있는걸까.
대관령 또랑(!) 주변에 녀석이 살을 빼고 눈을 좀 한다음 파란색 옷을 입고 ... 약간은 세련된 분위기를 풍기며 나타났다.
그런데 이놈이 뭐하는놈인지 제대로 된 설명도 없고 그냥 평창군 마스코트라고만...
솔직히 좀 귀엽기도 하고 뭐 특별하게 이상한 부분도 없기 때문에 캐릭터 화 하기 참 좋고 굿즈만들기도 좋아보이는데 실상은 거의 없고 그냥 평창군내와 블로그에서만 뭐가 많이 있다. 올림픽 이전 동네에 쫙 깔리던 시절이 훨씬 좋다. 보드는 타고있는것보다 들고있는게 더 귀엽고, 옥수수 들고있는것도 귀엽고, 추수하는것도 귀엽고... (종자심는 가위삽으로 좀 심는것도 하고 약도 좀 뿌려줘라!!) 눈동이 공원도 작고 아담하니 이뻤고...
다 파해치고 반씨랑 수씨한테 탈탈 털린 모습이 좀 불쌍하다. 올림픽 끝나고 볼에 점하나 찍고 화려하게 돌아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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