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ysB_MBshirts?
1993년쯤, 집에서 30분정도 걸어가면 나오는 "세운상가" 부근 어둑어둑한 다리 밑 상가를 탐색하고 있을 무렵이였다.
그때 난 초딩이였는데, 부모님께서 선물로 사주신 패밀리게임기의 한쪽 조이스틱이 자꾸 단선되서 어렵사리 구한 만원짜리 하나 손에 들고 그놈의 조이스틱 하나를 구하러 돌아다니고 있었다. 어느 횡단보도를 건너려는데 길 건너에 노란머리 까만머리 회색머리 외국인 젊은이 셋이서 후질근한 반바지 아래 비호감 다리털을 노출한채 후리한 샌들을 신고 두리번대고 있었다.
기업은행 본점 방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다가 주욱 다리따라 선을 그어 동대문쪽으로 손 끝이 떨어졌다.
그들은 다리를 계속 올려다 보았다. 내가 그토록 많이 다녔지만 한번도 제대로 올려다본 적 없는 다리를.
키가 너무 큰 양반들이기에 피해서 건너려는데 키큰 노란머리가 나에게 와서 "어디 덩대믕?" 하는거였다.
서울말은 말끝을 올리면 된다면 ...서???
깜놀한 나머지 기업은행쪽, 그러니까 동대문 반대편 종각쪽을 가리키는 실수를 범했지만, 그들은 다리를 보며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지는 아직도 궁금하다. 가방과 티셔츠에 적혀있던 멋드러진 필기체의 '메사추세츠' 와 필기구에서나 보던 MIT 라는 글자는 아직도 내 기억에 선명하다.
커서 알고보니 그양반들이 입고 매고 있던 그 단어는 메사추세츠 공과대학의 약자였다.
18대 국회의원중에, 정치적인 이슈가 아닌 정책 단 하나로만 등장하고 묵묵히 사라지신 여성 국회의원이 한분 계신다.
김진애 전 의원님이신데, 이분은 공중파에서도 잘 안나오고 신문에도 텍스트 위주로만 나오기에 잘 몰랐는데 이번주 뉴스타파 17회에 드디어 풀 인터뷰가 떴다.
4대강을 유난히 비판하던 이분 성함 세글자를 네이버에 검색해보니 학력이 MIT 도시계획학 박사.
이아줌마 목소리도 완전 걸걸하고 터프하셔서 남대문시장에 욕쟁이 할머니같은 이미지였는데 이공계열 박사님이시라니...
함안보 문제에 대해 국내 교수들도 찌질찌질 "아 문제 없다고" - "문제 있다고" 라며 시간낭비할때 이분은 그림들고 으아아 하고 나타나셔서 보도자료를 내신다. 그리고 18대 국회가 끝나는 이시점까지도 그 보도자료에 대해 제대로된 반박을 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한다.
예전에 여성 ㅊ 의원을 본적이 있다. 뭐때문에 나타난지는 모르겠는데 한참 법조계 출신인 ㅊ-ㄱ 등이 대세였던 참여정부 시절 서울시내 어느 터미널 부근에서 검은차와 각종일보차가 같이 나타나서는 딱 자기 사진찍고 다들 사라졌었다. (사라진게 아니라면...뭐 주차하러 가신건가) 무슨 플래시몹처럼...
우와 선거철도 아닌데 국회의원을 길거리에서 보나 싶었는데, 그냥 그게 다였다. 음식물쓰레기통 위에 앉아있던 초파리떼처럼 다들 그렇게 사진 몇컷씩에 흩어져버렸다.
그 이후로 여성 정치인에 대한 회의감이 가득했었는데, 뉴스타파의 김진애 의원님 인터뷰를 보니 아 이분...
기자들이 함부로 못싣는 이야기 하셔서 그렇게 가려졌었구나 싶다.
19대는 국민에게 선택받을 기회를 얻지 못하셨지만 20대 때는 제대로 한번 출마 해보시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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