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혜옹주 독후감으로 엄청나게 들어오시네요-_-;;
이 블로그에서 배껴갈게 딱히 없을겁니다. 그냥 읽어서 직접 쓰세요.
이 책이 나왔다는걸 안 것은 수년 전, 그러니까 내가 20대 중후반일때였다.
종로구에서 학창시절을 보내서인지, 경복궁과 창덕궁은 그저 '집 가까운 고궁' 일 뿐이였고, 사직공원은 도서관이 있는 곳일 뿐이였다.
2007년 부터 서울대학교 병원에 주기적으로 가게 되면서 창덕궁에 대해 관심이 높아졌다.
창덕궁 앞은 늘 차량이 많은데, 꼭 맞은편 가든타워 앞에서 신호대기를 하게된다. 무심하게 창덕궁을 보면 사람도 많고 그놈의 지긋지긋한 관광버스도 많다.
새로 짓고 불에 타고 다시 짓고 개조되고 격하되고 복원되고...
이 궁에 대해서만 엄청나게 많은 역사적 사건이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그것을 굳이 암기하고있을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다.
창덕궁의 수많은 사건중 하나가 바로 덕혜옹주이다. 이를 소재로 한 영화가 개봉된다는데 귀찮은데 그냥 영화나 볼까 하던중
그 망할 왕좌의 게임 새번역판이 나왔다는 소식에, 적립 포인트를 위하여 덧붙여 구입한 것은 독후감을 쓸 때에 숨기고싶은 부분이다.
국사를 공부하다보면 정말 잘한 일 하나 없을것같은 유명 인물이 다수 등장하는데, 멀리 봐서는 선조, 친일+매국 인물들은 말 할 것도 없고, 명성황후까지 읊었다가 현대사에 와보면 이승만이 있다. 선조 빼고 이 책에 주르륵 나온다.
국사 점수가 그리 좋은편은 아니였지만, 간혹 역사를 줄줄 꿰고 있는 사람들은 명성황후를 민비라는 칭호도 아깝다고 비하하는 사람들이 있다. 껄끄러운 역사의 조각을 폄하하는것까진 좋지만, 남아있는 사람들과 남아있을 사람들에게 역사를 눈과 귀와 손과 감성으로 닿을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꼴도보기 싫으니 없애버리자며 중앙청이 사라진 이후 2000년대에 태어나 지금 국사를 공부하기 시작한 이들에겐 중앙청은 국사공부 하다가 그냥 아 광화문 뒤에 큰 건물이 있었는데 어디에 약간의 흔적이 남아있데 정도의 암기사항이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나는 알고 있으니 애들도 알겠지 - 이런것을 두려워해야한다. 내 아들딸이 태어나서 아빠 중앙청이 있었다는데 그게 뭐야 하면 내 머릿속에 실존했던 그 거대한 건물이 기억속에 떡하니 있었고 폭파철거되어 폐허로 몇일을 있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역사 수정의 일련의 과정을 어찌 설명해야할지.
책 이야기를 하자면, 표지의 여인과 덕혜옹주의 사진과 전혀 관련이 없다. 한참 기분이 안좋을 시절의 옹주가 물색 옷을 입었다 정도 외엔 저 여인이 왜 그려져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소설 속 이야기 진행에 매끄럽지 못한 연결 부분이 몇군데 있는데 꼭 그래야했나 싶은 부분이 있다. 대표적인것은 시작하자마자 여인 둘의 탈출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야기 말미에 복순의 탈출 알고리즘에 중대한 걸림쇠가 바로 길 끝의 파출소였다. 마침 파출소가 휴무-_-인데 왠 남성들이 거기에 총까지 쏘는 모습은 이게 멍미 싶은 전개로 이루어진다. 고종과 귀인의 단조로운 심리묘사는 아쉬운 부분이다.
고종은 명성황후를 그리워 하며, 옹주를 금이야 옥이야 키운다. 고종은 명성황후가 시해된 후, 통장잔액을 박박 긁어서 직행전철까지 놓았는데, 그에 비추어보면 덕혜옹주의 유년기 교육기관을 궁 내에 둔것정도는 일도 아니였을것이다. 명성황후가 '돈은 이렇게 쓰는것이다' 를 보여준게 전혀 교훈이 되지 않았다고 추측되는데, 2016년에도 7월초부터 슈퍼추경 이야기가 버젓이 뉴스에 나오는걸 보면 나라 꼬라지는 수백년간 바뀐게 없다는 사실이 더욱 슬프다.
이후 고종과 마지막 충신, 부일매국 대신, 옹주, 충신의 양자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흘러간다. 서로 연결되어있는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서로의 사정은 너무도 다르고 뜻대로 이루어지는것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발버둥치는 옹주는 세월과 함께 아이로 시작해 소녀가 되었다가 여인이 되었다가 중년의 여인이 될때까지 수십년간 어긋나있던 이야기가 멈추는듯 하더니, 긴 시간 무기력한 그림자로 살아가던 충신의 양자이자 일본내 항일투쟁세력인 '충신의 양자', 그 본인도 아닌 그의 형에 의해 옹주의 소원이 이루어진다.
복순이란 인물을 잠깐 짚고 가자면, 그녀의 아버지 또한 독립군 활동으로 가정을 등진 사람이다. 복순은 아버지를 미워할법도 한데 그보다는 병든 어머니를 건사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가 아버지를 볼수있을까 하는 마음에 좀 먼길을 가서(무려 나의 동네 서대문!) 일본군에게 욕을 보일뻔 했다가, 옹주의 도움으로 간신히 모면한다. 시간이 흘러 서로 의지하던 옹주와 복순은 서로 헤어지게 되는데, 이때부터 세상은 둘에게 각자 다른 모습의 치욕스러운 경험과 꾸역꾸역 살아가는 삶으로 인도한다. 두 여인의 삶이 잘못된 망치질에 굽어지는 두개의 못처럼 이리저리 꺾이고 만다.
태어났지만 황적에 오르지 못했던 아이, 황적에 올랐으나 기뻐할 수 없었던 소녀, 원치않는 결혼을 받아들여야만 했던 여인, 일본이 패망했지만 함께 기뻐할 이 없었던 조선인, 대한민국이 세워졌지만 돌아갈 수 없는 재일 한국인, 집에 돌아왔지만 반겨주는 가족 없이 낯선 자신의 집에 몸을 뉘이는 병든 노인. 이렇게 옹주의 삶은 흘러가고 멈추었다.
책 뒷표지에는 이렇게 써있다.
'그녀의 이름을 기억하는 자 누구인가'
기억해야 할 대상은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2016년에도 여전히 친일 잔재가 남아있어서 일왕 생일이 여전히 서울 복판에서 유명 정치인의 참석하에 벌어지는 촌극이 벌어진다.
'그녀는 누구에게 기억되야 하는가'
상처뿐인 대한민국, 상처뿐인 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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